▲연구진이 기존 의학으로 발견할 수 없던 건강 문제를 빅데이터가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사진=ⓒ123RF)

스탠포드대학 유전학과의 마이클 스나이더는 빅데이터가 의학의 미래라고 믿는다. 스나이더와 동료들은 언젠가 의사들이 환자의 혈압이나 체온을 제는 것이 아니라 유전체를 검사하는 것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한다.

뉴욕 타임스의 칼 짐머에 따르면 의사들은 앞으로 잠재적인 질병을 확인하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이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스나이더와 언구진은 최근 빅데이터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기존의 의학이 실패할 수 있었던 부분에서 빅데이터가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는 연구에 자원한 109명의 사람들 중 53명이 그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 매우 중요한 점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와 동료들은 일반적인 질병이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서 각기 다른 분자 경로를 사용해 발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스나이더는 만약 의사들이 환자의 유전적인 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일반적인 방법으로 환자의 질병에 개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의 몸에 관해 분자 빌딩 블록을 포함한 모든 것을 알아내려고 노력했다. 즉, 스스로가 빅데이터 기니피그로 변신한 것이다.

스나이더는 자신의 유전체 염기 서열을 밝히고 당뇨병 및 이와 관련된 몇 가지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후 14개월 동안 혈액을 분석해 4만 개 분자를 추적했다. 모니터링 결과 스나이더의 신체 내에서 당뇨병이 진행되고 있음이 밝혀졌고 그는 곧바로 약물 복용을 시작했다. 증세는 호전됐다.

스나이더와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이전에 존재하던 연구 결과와는 다른 것이었다. 스나이더는 자신의 유전체에 관한 연구 결과 외에도 스스로의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사체는 유전자의 활동성을 보여주며, 단백체는 몸이 생성하는 단백질의 집합이다. 대사체는 몸의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분자들의 집합이다.

정밀 의학

다른 연구자들은 이것이 정밀 치료를 위한 새로운 방법이라며 연구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최신 기술을 사용하면 미래의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파악하고 치료를 맞춤화할 수 있다.

스나이더와 연구진은 더욱 야심찬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지원자들의 게놈을 시퀀싱하고 모든 지원자들에게 포괄적인 건강검진을 싱시했다. 지원자들은 3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혈액, 소변 및 대변 샘플, 면봉에 묻힌 타액 샘플을 제출했다. 일부는 혈당 측정기를, 일부는 심장 박동 추적기를 장착하기도 했다.

▲지원자들은 3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체액 등의 샘플을 제출해야 했다(사진=ⓒ123RF)

18명의 지원자가 실험 도중 고혈압 2단계라는 점이 밝혀졌으며 한 사람은 당뇨병으로 밝혀졌다. 게놈 시퀀싱은 의학적인 통찰력을 만들어냈다. 뇌졸중을 몇 번 겪은 적이 있는 지원자는 약물의 효능을 저해하는 돌연변이로 인해 잘못된 약물 투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른 지원자들은 심장 근육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본격적인 검사 결과 실제로 이 지원자의 심장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집된 데이터, 건강 기준선 평가에 사용되다

연구진은 지원자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건강 기준선 평가에 사용했다. 이 기준선은 수천 명의 사람들의 평균을 잡은 것이다. 물론 평균치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평균치와 조금 다른 체온 등을 유지하는 사람이라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스나이더와 동료들은 체온뿐만 아니라 심박 수, 다양한 단백질 균형 등에 대한 건강 기준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기준선에서 크게 벗어난 지원자들이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어떤 지원자는 기준선에서 변화가 발생했는데, 나중에 림프종을 진단받았다. 스탠포드대학에서 신경외과학을 가르치며 이번 연구에 참여한 소피아 미리암 쉬슬러-플로렌자 로즈는 "진단이 내려지기 수 개월 전부터 상승하기 시작하는 분자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런 분자는 중요한 질병의 초기 발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다른 동료 과학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환자의 건강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한 사람들도 있었다.

오슬로대학 헨릭 보그트 박사는 "이 실험의 지원자들로부터 얻은 결과를 표준 의료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았다. 건강에 들이는 비용과 노력이 많을수록 건강 상태는 더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러 비판점에도 불구하고, 스나이더는 미래에 75분 이내에 대상의 건강 상태를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